(이야기)눈 감은 천사 - 3부(완)
“ 난 이 문신을 보면서 계속해서 읊조려요 . ‘ 깨어있을 것 , 깨어있을 것 ’ 이렇게 . 왼손이 생각나거나 보일 때마다 . 이 습관이 문신처럼 내 몸에 새겨져 있어요 . 그래서 꿈속에서도 왼손이 보이면 ‘ 깨어있을 것 ’ 이라고 말하죠 . 그럼 꿈속에서 꿈을 깰 수 있어요 .” “ 꿈이라는 것을 알면 무엇을 할 수 있는 거죠 ?” 나는 그의 왼손을 보며 물었다 . 왼손에는 눈 감은 모르페우스가 천천히 비행을 하고 있었다 . “ 처음에는 꿈을 정확히 볼 수 있어요 . 꿈속에 등장하는 사람의 생김새뿐 아니라 그 사람의 습관까지 볼 수 있죠 . 꿈 속에 나오는 모든 것의 모양 , 색 , 촉감 , 향 , 맛 모두를 정확히 느낄 수 있어요 . 그것이 익숙해지면 내 꿈을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어요 . 그 때부터는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어요 . 여기서 조심해야 해요 . 이걸 단순히 즐기기만 해서는 안 돼요 . 많은 사람들이 꿈을 즐기기만 하다가 꿈의 신에게 쫓겨나죠 .” “ 타인의 꿈에 들어갈 수도 있나요 ?” “ 물론이지요 . 당신이 그 사람에게 충분한 애정이 있다면 . 그리고 꿈의 주인이 허락해준다면 .” “ 죽은 자의 꿈도 볼 수 있나요 ?” 내가 묻자 그는 나를 깊게 쳐다보았다 . 그의 눈동자도 그녀처럼 깊이가 있다 . 평소라면 내 안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숨기기 위해 눈을 피했을 것이다 .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 그는 이미 내 꿈의 한 자락을 보았다 . “ 그 사람이 지금 꿈꾸고 있다면 가능해요 .” “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 “ 그건 질문 자체가 너무 난해해서 그래요 .”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 나도 죽은 자의 꿈을 본적은 없어요 . 하지만 죽은 자도 일정 기간 꿈을 꿔요 . 죽은 자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그자의 꿈도 볼 수 있어요 .” 말을 마치고 그는 또 내 얼굴과 내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 그는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 아마 물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