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눈 감은 천사 - 1부
나는 그를 ‘눈감은 천사’ 라고 불렀다. 물론 그를 직접적으로 “눈 감은 천사” 이렇게 부르지는 않았다. 우리는 게임 속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다. 그의 문신이 천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나는 그를 ‘눈감은 천사’ 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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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돌아왔을 때, 나는 그녀와 나에게로 오는 죽음이 보였다. 죽음은 어둠과 흰 빛으로 교차되면서 내 주변을 떠다녔다. 그 빛은 확실히 죽음의 신호였다. 하지만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육체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감각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와 내 주위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졌다.
그때 육체적 고통이 조금이라도 느껴졌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형태로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본 죽음은 우리가 아는 저승사자와 같은 형상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죽음은 단지 어둠과 빛이었다. 목탄화처럼 검정과 하양의 명암만을 달리하며, 죽음은 천천히 우리의 주위를 맴돌았다. 내가 죽음의 움직임을 눈으로 힘겹게 따라가는 순간, 그녀는 내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힘겹게 나에게 무엇인가를 말했다. 입술의 미묘한 움직임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귓가에 뜻 없는 바람 소리 마냥 스칠 뿐이었다. 소리는 이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내 의식도 함께 사라졌다. 그것이 나의 눈으로 본 마지막 그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끝없이 변주되어 내 꿈속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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