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눈 감은 천사 - 1부

 나는 그를 눈감은 천사라고 불렀다. 물론 그를 직접적으로 눈 감은 천사이렇게 부르지는 않았다. 우리는 게임 속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다. 그의 문신이 천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나는 그를 눈감은 천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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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돌아왔을 때, 나는 그녀와 나에게로 오는 죽음이 보였다. 죽음은 어둠과 흰 빛으로 교차되면서 내 주변을 떠다녔다. 그 빛은 확실히 죽음의 신호였다. 하지만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육체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감각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와 내 주위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졌다.

그때 육체적 고통이 조금이라도 느껴졌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형태로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본 죽음은 우리가 아는 저승사자와 같은 형상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죽음은 단지 어둠과 빛이었다. 목탄화처럼 검정과 하양의 명암만을 달리하며, 죽음은 천천히 우리의 주위를 맴돌았다. 내가 죽음의 움직임을 눈으로 힘겹게 따라가는 순간, 그녀는 내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힘겹게 나에게 무엇인가를 말했다. 입술의 미묘한 움직임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귓가에 뜻 없는 바람 소리 마냥 스칠 뿐이었다. 소리는 이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내 의식도 함께 사라졌다. 그것이 나의 눈으로 본 마지막 그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끝없이 변주되어 내 꿈속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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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천사는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코는 높았고 쌍꺼풀이 선명하였다. 하지만 매서운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화해 보이는 편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 중에서 이렇게 온화해 보이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곳에 있어도 호감을 줄 만한 얼굴이었다. 키는 170 중반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나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붉은 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때문에 내가 그의 나이를 훨씬 적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왼쪽 손목에 시계 대신 천사의 문신이 있다는 것뿐이다. 문신 속 천사는 그의 얼굴처럼 온화했고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잠을 자는 것 같지는 않았다. 조용히 사색이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년 남자들의 문신처럼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린 친구들의 문신처럼 어색하지도 않았다. 그의 신체에서 약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듯한 문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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